시공간의 지름길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질량과 에너지는 시공간을 휘게 해요. 종이 한 장의 양 끝에 점을 찍고 종이를 접어 두 점을 맞댄 뒤 구멍을 뚫으면, 종이 위를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짧은 길이 생기죠. 웜홀은 이처럼 휘어진 시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두 곳을 잇는 '목(throat)'을 가진 구조예요. 193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네이선 로젠은 블랙홀 해를 연구하다 두 영역을 잇는 다리 구조를 찾아냈는데, 이것을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 불러요. '웜홀'이라는 이름은 1957년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가 사과 표면을 돌아가는 대신 속을 뚫고 지나가는 벌레 구멍에 빗대어 붙였어요. 다만 이 원래의 다리는 너무 빨리 닫혀 버려서 빛조차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1960년대에 밝혀졌어요.
통과 가능한 웜홀과 시간 여행
1988년 칼텍의 킵 손과 마이클 모리스는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통과 가능한 웜홀'의 조건을 계산했어요. 결론은 웜홀의 목이 무너지지 않도록 밀어내는, 음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이색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양자역학의 카시미르 효과처럼 음의 에너지가 아주 작게 나타나는 현상은 실험으로 확인됐지만, 웜홀을 버틸 만큼 모을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아요. 또 웜홀의 한쪽 입구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였다 되돌리면 두 입구 사이에 시간 차이가 생겨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어요. 스티븐 호킹은 1992년 자연법칙이 이런 시간 여행을 막을 것이라는 '연대기 보호 가설'을 제안했어요. 킵 손은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아 웜홀과 블랙홀의 모습을 계산으로 구현했어요.
ER=EPR과 양자컴퓨터 실험
2013년 후안 말다세나와 레너드 서스킨드는 웜홀(ER, 아인슈타인-로젠)과 양자 얽힘(EPR,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이 같은 현상의 두 얼굴일지 모른다는 'ER=EPR' 가설을 내놓았어요. 얽힌 두 블랙홀이 웜홀로 이어져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양자역학과 중력을 통합하려는 연구의 중요한 실마리로 여겨져요. 2022년에는 구글의 양자 프로세서로 '통과 가능한 웜홀'의 동역학을 흉내 낸 실험이 《네이처》에 실려 화제가 됐지만, 이는 홀로그래피 원리에 따른 수학적 모형을 양자 회로에서 재현한 것일 뿐, 실제 시공간에 웜홀을 만든 것은 아니에요. 웜홀은 우주 어디에서도 관측된 적이 없고, 물리 법칙이 실제로 그 존재를 허락하는지도 아직 열린 질문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 웜홀과 블랙홀은 같은 건가요?
- 달라요. 블랙홀은 관측으로 존재가 확인된 천체이고, 웜홀은 방정식으로만 가능성이 제시된 가상의 구조예요. 초기 웜홀 이론이 블랙홀 해에서 나왔기 때문에 자주 함께 이야기돼요.
- 웜홀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나요?
- 이론적으로는 그런 해가 있지만, 통과 가능한 웜홀을 만들 이색 물질이 존재하는지 모르고, 많은 물리학자는 자연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막는다고 봐요. 현재로서는 공상과학의 영역이에요.
출처 검토일: 2026-10-26
참고문헌
- Einstein, A., & Rosen, N. (1935). The particle problem in the general theory of relativity. Physical Review, 48(1), 73–77.
- Morris, M. S., & Thorne, K. S. (1988). 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 A tool for teaching general relativity. American Journal of Physics, 56(5), 395–412.
- Hawking, S. W. (1992). 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 Physical Review D, 46(2), 603–611.
- Maldacena, J., & Susskind, L. (2013). Cool horizons for entangled black holes. Fortschritte der Physik, 61(9), 781–811.
- Jafferis, D., et al. (2022). Traversable wormhole dynamics on a quantum processor. Nature, 612(7938), 5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