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관문
해마라는 이름은 16세기 이탈리아 해부학자 아란치오가 그 모양이 바다생물 해마(hippocampus)를 닮았다고 붙인 데서 왔어요. 해마는 감각 정보를 모으는 대뇌 피질과 연결되어, 오늘 만난 사람의 이름이나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 같은 사실·사건 기억(서술 기억)을 처음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해요. 처음에는 기억이 해마에 크게 의존하지만, 잠자는 동안 해마가 낮의 경험을 되풀이해 재생하면서 점차 대뇌 피질로 옮겨 굳어진다고 보는데, 이 과정을 기억의 응고(공고화)라고 해요. 반면 자전거 타기 같은 몸으로 익히는 기억이나 짧게 머릿속에 붙드는 작업기억은 다른 뇌 영역이 더 크게 관여해요.
환자 H.M.과 장소 세포
1953년 미국에서 심한 뇌전증을 앓던 27세 헨리 몰레이슨(학계에서는 'H.M.')은 양쪽 해마를 포함한 내측 측두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어요. 발작은 줄었지만 그 뒤로는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이 평생 이어졌고, 놀랍게도 수술 전 오래된 기억과 거울 보고 그리기 같은 운동 기술 학습은 남아 있었어요. 신경심리학자 브렌다 밀너의 연구로 기억이 뇌의 특정 부위에 의존하며 기억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1971년 존 오키프는 쥐가 특정 장소에 있을 때만 활동하는 해마의 '장소 세포'를 발견했고, 이웃한 내후각 피질의 '격자 세포'를 찾은 모세르 부부와 함께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 런던 택시 기사들은 복잡한 길을 외우는 경력이 길수록 해마 뒷부분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어요.
해마를 약하게 하는 것과 지키는 것
해마는 산소 부족, 저혈당, 뇌전증 발작에 특히 약하고,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먼저 위축되는 부위 중 하나라서 치매 초기에 최근 일을 잊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요. 오랜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계속 높으면 해마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부피가 줄 수 있다는 동물·인간 연구도 있어요. 반대로 해마는 성인 뇌에서도 새 신경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꼽히는데, 사람에서 얼마나 활발한지는 아직 논쟁 중이에요. 2011년 노인 1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년 동안 주 3회 걷기 운동을 한 그룹의 해마 부피가 약 2% 늘었어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동이 해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어요(신경가소성).
자주 묻는 질문
- 해마가 손상되면 옛날 기억도 사라지나요?
- 대개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크게 떨어지고, 아주 오래된 기억은 비교적 남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손상 직전 몇 년의 기억은 함께 사라지기도 해요.
- 해마를 키우는 데 좋은 습관이 있나요?
-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해마 부피를 늘렸다는 연구가 있고, 충분한 잠과 스트레스 관리, 새로운 학습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면 진료를 받아 보세요.
출처 검토일: 2026-10-26
참고문헌
- Scoville, W. B., & Milner, B. (1957). Loss of recent memory after bilateral hippocampal lesions.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 20(1), 11–21.
- O'Keefe, J., & Dostrovsky, J. (1971). The hippocampus as a spatial map. Brain Research, 34(1), 171–175.
- Maguire, E. A., et al. (2000). Navigation-related structural change in the hippocampi of taxi drivers. PNAS, 97(8), 4398–4403.
- Erickson, K. I., et al. (2011). Exercise training increases size of hippocampus and improves memory. PNAS, 108(7), 3017–3022.
